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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정한 사회: 새로운 패러다임 (7)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20
첨부파일0
조회수
183
내용

[‘공정 사회:새로운 패러다임’학술행사]공정한 복지 vs 공정한 경쟁

"토끼와 거북은 출발점 달라야”… “결과의 평등이 공정은 아니다”


 

공정한 사회를 둘러싼 논쟁은 학자들 간 이념적 성향에 따라 복지의 강조로 나타나기도 하고, 경제발전의 강조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진보 성향의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정성의 실현이 복지를 통해 이뤄진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좌승희 서울대 경제학부 겸임교수는 경제발전을 위한 공정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 “거북이와 토끼의 공정한 경쟁은 복지가 담보하는 것”


임 교수는 공정성과 복지가 결부돼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함께 발전하려면 시민들이 불평등한 시장의 경쟁에 참여하도록 하는 공정성(fairness)이 실현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복지를 통해 ‘출발에서의 평등’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정의론’의 존 롤스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공존 조건에 대해 밝힌 견해를 상당 부분 끌어들인 것이다. 그는 “느림보 거북이와 부지런하고 빠른 토끼를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게 한다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며 “거북이와 토끼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공정사회와 복지에 대한 정치권의 논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복지 담론이 2012년 대선과 총선에서 당락을 결정하는 주요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며 “이런 정책 논쟁은 한국 민주주의의 질을 한 단계 높이고 지금까지의 선거민주주의에서 복지민주주의로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한국 민주주의가 지역주의와 색깔론이 아니라 누가 유권자인 국민의 복지를 더 향상시켜줄지에 대한 정책경쟁으로 가는 징후로 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는 ‘한국형 공정사회 모델’로 우선 약화된 중산층을 육성하기 위해 정보기술(IT) 산업이나 콘텐츠 문화 산업 시대에 맞는 수준 높은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학습복지’를 거론했다. 또 노동복지의 필요성을 밝히며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도 했다. 성장과 분배를 함께 이루려면 경제개발비를 시설이 아닌 인적 자원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재정지출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백종국 경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 교수가 복지민주주의를 공정사회와 동일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공정사회는 왕정이나 민주정, 사민주의, 자유주의 체제 모두에서 가능하며 복지 역시 마찬가지”라며 “공정성의 문제는 (사회구성원이) 원하는 체제와 공동체가 공유하는 미덕, 공동선 증진의 문제”라고 말했다.


○ “마라톤 1km마다 다시 출발하는 게 공정인가”


좌승희 교수는 “분배할 부를 창출하는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공정을 논의할 수 없다”는 논지를 전개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창출하느냐라는 원천적인 문제는 등한시하고 그저 있는 부를 어떻게 나누는 것이 정의이고 공정이라는 식의 논의는 추상적 규범적 논의에 불과하다는 얘기였다. 공정의 기준은 발전친화적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좌 교수는 “기회의 공정이라고 얘기하면서 그 의미를 ‘같은 결과를 향유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라는 식으로 얘기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42.195km 마라톤 경주에서 1km마다 기회의 공정을 내걸고 (같은 선에서) 다시 새로 출발하게 하면 결승선에는 같이 골인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유했다. 같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 게 시장의 본질이라는 얘기였다.


좌 교수는 발전에 필요한 ‘법 앞의 공정’에 강조점을 뒀다. 공정한 법과 제도의 정착과 엄격한 집행을 통해 접근해야지 정치적 이념에 치우치거나 도덕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는 “과거 수출증대 시대와 새마을운동을 돌아보면 한국 경제가 발전한 시기는 흥(興)하는 이웃이 대접받았던 때였다”고 말했다.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한 동기부여 기능에 역행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좌 교수는 “기회의 균등과 결과의 평등을 이룩하자면서 경제발전과 사회정책을 혼동해선 안 된다”며 “공정을 결과의 평등이나 실체적 기회의 평등이라는 안경으로 보면 세상은 언제나 불공정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토론에 나선 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좌 교수는 (잘하는 기업이나 사람을) 우대하는 정책을 강조했는데 이는 반드시 사후적인 우대여야 한다”며 “우리 사회에서 사전적인 특혜를 받아 흥한 기업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를 구분해서 언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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