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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말로만 `기업 구조조정` 외치는 정부·채권단 못 믿...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21
첨부파일0
조회수
202
내용
말로만 `기업 구조조정` 외치는 정부·채권단 못 믿겠다
국책은행 관리 기업은 시한 정해놓고 과감하게 민영화
대기업 자율빅딜 유도…기술력있는 中企 옥석 가려야
기사입력 2015.11.08 17:49:59 | 최종수정 2015.11.10 16:43:02

◆ 기업 구조조정 / 매경, 경영학자 50명 설문조사 ◆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선 경영 전문가라면 누구나 공감합니다.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대우조선해양도 `시장 매각`이 최선이라는 데 다들 동의합니다. 문제는 누가 구조조정 주체가 돼야 하는가라는 현실이죠." 8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경영학회 소속 경영학 교수 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방안에 대해서는 다들 공감했다. 하지만 경영학자들은 구조조정의 주체로 지목되는 정부와 채권단에 대해서는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정치권이나 부실 기업 경영진, 노조 등 기업 구조조정을 가로막는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이끌어 갈 수 있는 정부의 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다. 구조조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주체가 조속히 확립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위기로 치닫는 것을 그냥 눈 뜨고 멍하니 쳐다봐야 할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설문조사에 응한 경영학자 가운데 34명(복수응답 포함 70.8%)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기업의 본원경쟁력 약화를 꼽았다. 중국의 저성장(29.2%), 미국발 금리 인상(2.1%), 일본의 엔저 정책(2.1%) 등 대외 환경과 정부 규제 같은 내부 정치 요인(35.4%)보다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얘기다. 



현재 한국 기업들은 조선, 플랜트, 철강 등 조립식 제조업 위주의 산업을 설계·디자인·핵심소재 등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확보하는 산업 쪽으로 바꿔야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는 한국 조선업계가 상선에서 해양 플랜트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핵심 기술력 부족으로 수조 원의 손실을 입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경제의 최대 시장이던 중국이 디플레이션에 빠진 데다 차이나 인사이드(China Inside·모든 부품을 중국산으로) 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선도하던 조립식 중후장대 사업에 대한 과잉 투자를 줄이는 한편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산업으로의 구조조정과 대변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중국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업종 가운데 대규모 자본 투자와 인건비 경쟁력이 높은 산업들은 규모를 선제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최근 "전 세계 기업들이 인수·합병(M&A)과 사업 축소, 인력 감원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은 중국과 겹치는 경쟁력 낮은 사업부문을 선제적으로 들어내고 유럽의 기술력 있는 알짜 회사를 인수해 한국 제조업 기반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유창조 한국경영학회 차기 회장은 "저성장의 뉴노멀 시대를 대비해 미래지향적인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금융산업의 핀테크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거나 인력 재조정이나 노조 문제 해결 같은 경영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 구조조정 바람을 타고 대우조선해양 매각건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 넘는 자금을 순차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영학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금융지원 결정에 대해 적절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설문에 참여한 경영학자 50인 중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와 `규모와 방식 면에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각각 17명(34%)으로 팽팽히 맞섰다. 경영학자 13명(26%)은 `적극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은 1명에 불과했다.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처리 방침에 대해선 `민간 기업에 매각해 새 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의견이 54%를 차지했다. 채권단 중심의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34%, 사업 규모 축소 및 청산이 8% 응답률을 보였다. 정부와 산은의 소유 구조를 그대로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은 1명(2%)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시니어 경영학자는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은 능력과 의지 면에서 대기업 구조조정을 이끌고 나갈 수 없다"며 "위로는 청와대와 정치권 눈치를 살펴야 하고 아래로는 자기 임원을 내려보내 기업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대기업 민영화를 이뤄낼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경영학자들은 이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로 `정부`를 지목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36%,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한 경제부총리가 선봉에 서야 한다는 답이 28%를 차지했다. 개별 기업(18%) 시중은행(8%) 청와대를 포함한 정치권(6%) 산은 등 국책은행(4%)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설문을 공동 주관한 임채운 한국경영학회 회장은 기업 규모와 지배구조에 따른 `4단계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대우조선해양이나 동부처럼 정부나 국책은행에서 관리 중인 기업들은 시한을 정해 놓고 과감하게 민영화해야 한다. 헐값 매각 논란을 피하기 위해 정부 지분을 남겨 놓고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권을 이전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둘째, 오너가 있는 대기업들은 개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삼성·한화 빅딜이나 최근 삼성·롯데의 화학 빅딜 같은 사례가 계속 나와야 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구조조정은 `선택적 회생`이라는 주제하에 이뤄져야 한다. 중소기업 부실은 시장 실패 영역이기 때문에 그대로 시장에 맡길 수 없다는 논리다. 재무상태가 안 좋지만 기술력이 있는 기업들을 추려내 성장 사다리로 올라설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좀비기업`엔 퇴로를 열어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문가 위탁경영이나 회사 통폐합, 자산 분리매각 등의 구조조정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전범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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