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친화 성장정책 수립을" "상속세율 낮춰 국부유출 막자"
대선 경제·경영공약 토론
최우선 과제 경기회복 공감대
정부 역할·범위 놓고는 격론
"기업 성장 도울 금융개혁
필요하면 재정 지출도 병행"
"비효율적 지출 무의미" 반론
소상공인 지원 선택과 집중을
◆ 2025 대선 레이스 ◆
매일경제신문과 한국경영학회는 21대 대선에 출마한 주요 후보가 제시한 경제·경영 분야 공약을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27일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장정주 서울대 교수가 좌장을 맡았고 유병준 서울대 교수, 김용진 서강대 교수가 각각 대선 후보 정책을 정리해 발표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와 전종식 경남대 산학협력중점 교수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를 지낸 정대진 서강대 산학협력중점 교수와 김인수 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도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새 정부의 정책 1순위가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나란히 1호 공약으로 경제 성장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 활성화를 위해 새 정부가 취해야 할 정책 기조나 방향성을 놓고는 참석자 사이에 격론도 벌어졌다.
이날 하준경 교수는 "반짝 성장, 선진 기술 모방, 소수에 국한된 성장에서 벗어나 지속 성장, 창조 기반, 모두를 위한 성장으로 가야 한다"며 "기술주도·포용·공정 성장을 통해 단순한 전환이 아니라 경제·산업 대도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업·국민·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통합적 거버넌스(지배구조)' 구축을 제안했다. 그는 "기업 친화적 성장이 지속되기 위해 국민은 노동 생산성으로 기업을 지원해야 하고, 정부는 인프라스트럭처로 기업에 기회를 열어주며 성장을 도와야 한다"면서 "이미 잘나가는 기업뿐만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기업, 기업가 정신을 가진 회사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기업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금융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동시에 하 교수는 새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집에 빚이 있다고 해서 식구가 죽어가는데 허리띠를 졸라매지는 않는다"며 "국가 재정도 우선순위를 정해 돈을 써야 할 곳은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대진 교수 역시 '민관 원팀'을 강조했다. 그는 "예전엔 기업이 다른 나라 기업과 경쟁했지만 지금은 기업·정부·국민이 함께 하나의 팀이 돼 다른 나라의 원팀과 경쟁하는 시대"라며 "정부·기업·국민이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한국 정부는 기업에 최대한 자유를 주면서 마음껏 뛰놀게 했지만 이젠 미국과 중국이 보조금을 주는 시대가 됐다"며 "이미 언페어(불공정)한 상황에서 우리만 페어(공정)하면 그것이 오히려 언페어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정부의 적극적 역할이나 재정 지출 확대보다 감세를 통해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반론도 제시됐다.
유병준 교수는 "국가 재정 지출이 실지출로 연결되지 않고 비효율적으로 쓰이는 부분이 많다"며 "효율성을 회복하지 않고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2023년 8월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된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사태에서 보듯 재정 투입에 비해 비효율이 큰 사례가 많다"며 "차라리 감세 정책을 통한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유 교수는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도 포괄적 방식 대신 선택적 지원이 돼야 한다"며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지출을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또 2023년 기준으로 한국에서 과도한 상속세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간 추정액이 1000조원이 넘는다는 주장을 전하며 "새 정부에서 상속세를 유지한다고 하면 결국 국부 유출이 발생하는 반면 부의 재분배 효과는 생각한 것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은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김용진 교수는 "학문적으로 밝혀진 것은 현금(지원)이 경기를 진작하고 감세는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라고 반박한 뒤 "국가 예산 대부분을 관료와 공공 분야에서 잡아먹는 '관료 자본주의'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 역시 "감세를 통한 성장에는 부작용도 많았다"며 "재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겠지만 재정 없이는 안 된다"고 밝혔다.
김인수 논설위원은 "경제 성장은 새 정부의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돈을 써야 할 곳은 많지만 돈이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해 성장과 재정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잘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2022년 리즈 트러스 전 영국 총리가 법인세 인하 등 무리한 감세안을 발표했다가 국채 금리 급등과 파운드화 폭락을 불러와 45일 만에 사임했다"며 "감세정책 역시 건전재정을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종원 기자 / 홍혜진 기자 /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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