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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1회 경영관련학회 하계통합학술대회 (3)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20
첨부파일0
조회수
731
내용
기업간 경쟁 아닌 생태계간 경쟁 시대 왔다
지금은 현금 확보보다는 과감한 선행투자 필요
녹색산업 옥석 가려야…핵심산업에 더 집중을
쌍용차 계기로 노조도 투쟁ㆍ정치성향 벗어나야
기사입력 2009.08.20 17:41:55 | 최종수정 2009.08.20 19:36:34
◆경영학회장 3인, 위기이후의 기업전략 진단◆ 




국내 경영학계를 대표하는 학자 3명이 한자리에 마주 앉았다. 

남상구 고려대 교수(한국경영학회장), 박오수 서울대 교수(전임 경영학회장), 전용욱 중앙대 교수(차기 경영학회장)는 제11회 경영 관련 학회 통합학술대회가 열린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한국 기업들의 과제, 노사문제, 경영학계 화두 등 다양한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이들은 글로벌 산업 구도가 기업 간 경쟁에서 생태계 간 경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한국 기업들이 `위기 이후(post crisis)`를 더욱 철저히 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글로벌 불황 속에 우리 기업이 선전하는 이유를 진단하자면. 

▶남상구 고려대 교수=1997년 외환위기 때 호되게 당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됐다. 그로 인해 더 큰 바람이 불어도 감당하게 된 것이다. 때마침 원ㆍ달러 환율이 높게 유지돼 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면서 경기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 

▶전용욱 중앙대 교수=호황기에 대비한 집중적 투자, 외환위기 이후 강화된 근원적 기업 경쟁력, 환율 효과 등 삼박자가 맞았다. 덕분에 한국 기업이 산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다. 

-불황 이후 한국 기업의 퀀텀 점프를 위한 방안은. 

▶박오수 서울대 교수=감기몸살은 고생 끝에 회복됐다. 그러나 장기적 차원의 시장 개척이나 사업 발굴, 신제품 기술 개발 등은 소홀했다. 병은 나았지만 자칫 생존 경쟁력은 더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구조조정에 명확한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 구조조정은 곧 인원 감축이라는 등식도 잘못된 것이다. 더 좋은 사업을 인수해서 키울 수도 있는 것이다. 

▶전 교수=기업들이 투자보다 현금 확보에 주력하는 것은 생존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침체기 이후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영자들은 지금 중장기 전략적 이슈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성장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떠오르는 신사업 영역인 `이머징 프런티어`에 대한 끊임없는 조사와 컨버전스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을 통해 한국 기업이 지배할 수 있는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남 교수=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성장률 저하는 경기 사이클에 따른 일시적인 침체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규제 혁파를 통해 시장 활력을 높이고 민간 의존도를 확대해야 한다. 

▶전 교수=삼성전자가 업계 후발주자임에도 반도체, LCD 등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흐름을 캐치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집중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과감한 투자라는 성장 DNA가 다시 한번 필요한 때다. 기업마다 가지고 있는 경쟁우위가 다르기 때문에 내적 역량을 기르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인수ㆍ합병(M&A)을 통해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균형은 더 심해지지 않았나. 

▶전 교수=대ㆍ중소기업 간 상생을 통해 기업 생태계를 강화하는 적극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 이제 글로벌 산업계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대기업과 협력업체를 묶는 생태계 간 경쟁으로 변화했다. `소니 생태계`와 `삼성 생태계`, `마이크로소프트 생태계`와 `구글 생태계` 간 싸움인 것이다. 기업 생태계의 전체적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더 많은 교육 인프라스트럭처를 제공해야 한다. 

▶박 교수=20세기가 기업 간 경쟁이었다면 21세기 경쟁은 생태계 경쟁이다. 개별 기업이 아니라 산업군 자체가 살아남아야 한다. 

-녹색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지만 체계적 대응이 안 되고 있는데. 

▶전 교수=녹색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 때문에 의사결정을 신속히 내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결국 초기 단계에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절실하다. 덴마크 기업인 베스타스는 선박 부품업체였다가 오일쇼크를 계기로 풍력터빈업체로 전환해 성공한 사례다. 당시 덴마크 정부는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해 보조금과 면세 정책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박 교수=색깔만 녹색인 사례도 많다. 가장 효율성이 높은 에너지는 핵에너지이지 태양광이 아니다. 녹색산업은 어디까지나 보완이지 대체가 아니며 지나치게 무지개만 따라가서는 안 된다.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기존 핵심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쌍용자동차 사태 교훈은. 

▶전 교수=쌍용차 사태는 노ㆍ노(勞ㆍ勞) 갈등이었다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의 미래 경쟁력에 큰 마이너스가 됐다. 기업 브랜드 이미지도 크게 손상됐다. 나아가 쌍용차 사태로 한국의 국가 이미지도 훼손됐다. 노사문제는 이제 기업의 명성을 넘어 국가 명성까지 좌우한다. 노사가 더 큰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박 교수=국가 경쟁력 향상은 노조문제 해결 없이는 요원하다. 먼저 노조가 정치적 성향을 줄여나가야 한다. 기업이 있어야 노조가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생체 항상성(homeostasis)`이란 말이 있다. 생물체가 환경 변화를 겪으면서도 스스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노사관계도 생체 항상성과 같은 동태적인 균형을 달성해야 한다. 불필요한 에너지가 많아지면 시스템 자체가 깨져 버린다. 노조가 투쟁 일변도로 나가면 우리나라 노동운동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정부가 최근 중도 실용주의로 전환하고 있다. 정부에 정책적 조언을 한다면. 

▶남 교수=물론 대통령 이미지가 보수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있는 사람은 양보하고, 없는 사람은 더 열심히 해서 화합을 이뤄야 한다. 기업은 수익성이 있으면 투자하게 돼 있다. 지금은 투자 여력이 있어도 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큰 틀에서 모판을 만들려는 노력을 더 해줘야 한다. 

▶박 교수=기업들을 좁은 방에 가둬놓고 최선을 다해 뛰라고 해서는 안 된다. 위기 이후 우리 기업이 마음껏 큰 시장에서 뛸 수 있게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 규제 완화든 기술ㆍ인력ㆍ자금 지원이든 어떤 형태로든 기업이 뛰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들에 `아무 걱정 마라. 시장을 개척하고 살아남도록 도와주겠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전 교수=기업의 핵심역량을 심화시킬 수 있는 연구개발(R&D)이나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M&A 분야에 대한 규제 완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 <용 어> 

생태계 간 경쟁 = 기업 생태계란 제품 기획부터 설계, 제조, 판매, 관리까지 상품의 라이프사이클에 참여하는 모든 협력기업간 네트워크를 가리킨다. `쐐기돌(Keystone)` 역할을 하는 대기업과 외부 협력업체들이 하나의 집합체가 돼 다른 집합체와 경쟁하는 것이 생태계 간 경쟁이다. 

[정리 =신헌철 기자, 박승철 기자 / 사진 = 박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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